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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서실, 직장인 회의실… 편의점 ‘무한 변신’KOREA 2017. 10. 10. 20:21반응형
‘2시 25분 새벽달은 밝게 웃고… 배가 출출해져 운동화를 꺾어 신어 골목길에 하품 등을 긁적대며 컵라면에 김밥 담배 한 갑 사러 편의점에 들어가니…’ 어느 힙합 가수가 부른 ‘편의점’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흔히 편의점은 요기를 때우는 공간 또는 급한 생필품을 구하는 공간으로 여긴다. 어두운 골목을 24시간 비추는 가로등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떠올리는 그런 편의점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젠 서운하다.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풍경을, 카페를, 음악을, 책을 담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일명 ‘문화를 입은 편의점’이다.
서울 명동역 인근 편의점을 찾은 직장인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팀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동네 편의점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사람과 자동차가 지나간다. 높게 즐비한 건물도 눈에 들어온다. 누구든 편의점에 앉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다. 이런 게 당연했던 편의점 풍경이 변했다.
서울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와 4분여 걸었을까. 연노란빛을 띤 3층짜리 편의점 건물이 보였다. 큼직한 창 10개가 건물 곳곳에 달려 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빳빳하게 올려 안쪽을 살펴보니 창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 한 쌍, 그 뒤로 원목 계단이 시야에 잡혔다. 빠르게 돌아가는 편의점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차분한 모습이었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니 여느 편의점과 다를 바 없이 쭉 늘어선 진열대 위에 각양각색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2층과 3층, 그리고 옥상으로 연결된 계단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2층으로 향하자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가운데에 1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개가, 벽면에는 좁지만 나란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진열대가 있을 법한 공간인데 말이다. 다양한 종류의 도서가 꽂힌 낮은 책꽂이가 북카페 느낌마저 들게 했다.
여타 편의점과 달리 진열대가 있을 법한 공간에 넓은 책상과 의자가 준비됐다. 서울 회현역 인근 편의점에는 1인 방문객을 위한 카페 형태의 공간이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카페 품은 편의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창은 안락한 분위기를 더했다. 창을 통해 멀리 보이는 풍경은 언젠가 산자락의 고급 카페에서 감상했던 것과 별다를 바 없다. 무인 계산대가 별도로 마련돼 대면이 불편한 고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공간일 듯하다.
계단을 다시 올라 3층에 다다르니 2층과 비슷한 구조가 눈에 띄었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은은한 빛을 비추는 조명, 역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넓은 창문 등 오래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충분해 보였다.
모 기업 소속 직원들이 이곳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었다. 이곳을 특별히 회의 장소로 지정한 이유를 물으니 한 직원이 “사내보다 자유롭고 카페보다 집중할 수 있다”며 웃음 지었다. 인근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공간이라고도 했다.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푹신한 소파가 이용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명동역 인근 편의점 3층에 자리 잡은 파우더 룸이 여성 이용객들의 발걸음을 유인한다.(사진=C영상미디어) 안쪽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더니 이게 웬걸. 파우더 룸이었다. 벽면에 부착된 동그랗고 깨끗한 거울, 그 앞에 놓인 의자는 여성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파우더 룸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화분과 디퓨저도 이곳만의 소품이다. 특이한 점을 하나 더 꼽자면 화장실이다. 장시간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또 다른 장점이다.
옥상인 4층은 탁 트인 전망의 루프탑이 특징이다. 낮은 유리 가림막이 옥상을 둘러싸고 있어 주변 소음을 살짝 덮어줬다. 추천하고 싶은 것은 원목 흔들의자다. 남산서울타워를 향해 의자에 앉으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몸을 감싸 이곳이 편의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편의점 원두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커피 맛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잠시 앉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웠다. 서울 회현역 인근에 위치한 카페 형태의 편의점을 찾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위치한 편의점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과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이마트24) 한편에 클래식 청음 장비와 국내외 아티스트의 음반이 진열돼 있는 예술의전당 내 편의점.(사진=이마트24) 카페를 표방한 이곳은 편의점이 테이크아웃뿐만 아니라 앉아서 즐기는 문화까지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 편의점 모습의 1층과 카페 형태의 휴식 공간인 2층은 마치 ‘한 지붕 두 가족’ 같다. 방문객 대다수가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1층과 달리 2층은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즐기는 커피 한 모금,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 이곳이 편의점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한쪽에 마련된 일인 테이블도 카페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무리인 ‘카공족’을 유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독립형 벽등이 각 테이블을 비추고 있어 혼자 온 고객이 간단한 식사나 독서, 휴식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독서 중이던 어느 젊은 여성은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커피 전문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벽면 곳곳에 놓인, 카페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품도 눈에 들어왔다. 커피잔이 그려진 액자, 원두 그라인더, 텀블러 등. 특히 천장에 연결된 얇은 파이프는 ‘더치커피’를 제조할 때 쓰이는 기기의 유리관을 떠올리게 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주변에서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이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때가 잦고,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주 이용자”라고 말했다.
‘때론 도서관, 때론 음악 감상실’, 무한 변신 편의점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중심에 들어선 별마당 도서관. 벽면을 가득 채운 도서를 따라 걷다 보니 이색 공간이 펼쳐졌다. 반쪽짜리 타원 형태로 길게 뻗은 통로이자 편의점이다. 성인 여성 기준으로 36발짝 길이다. 편의점 출입구 3곳 중 2곳이 도서관으로 이어져 편의점과 도서관을 빠르고 편리하게 넘나들 수 있는 점이 새롭다. 족히 10명은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도 이곳의 묘미다. 테이블에는 영풍문고 이달의 베스트셀러부터 만화 단행본, 월간지 등 여러 분야의 책이 비치돼 있다. 취식과 독서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루프탑 형태로 조성된 편의점 옥상 전경.(사진=C영상미디어)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도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안으로 들어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부채꼴 모양의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타 편의점과의 차별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클래식 청음 장비가 마련된 것은 물론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음반 등이 구비돼 있다. 음반은 중소 음반 판매사와의 상생 차원에서 전시된 것일 뿐 판매용은 아니다. 장비 옆 벽면은 백건우, 조성진,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의 사진으로 꾸며졌다. 본 공연 관람에 앞서 분위기를 예열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장비 조작 방법이 매우 간단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도 있다. 음악 감상을 하는 데 필요한 버튼은 단 네 개뿐. 헤드셋을 착용하고 눈을 감았다. 음악을 제외한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나만의 공간에 들어선 기분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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