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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중앙유럽대학 폐교사태로 바라본 헝가리의 미래World Wide 2017. 6. 7. 17:38반응형
[무역관 르포] 중앙유럽대학 폐교사태로 바라본 헝가리의 미래
2017-06-07 전상모 헝가리 부다페스트무역관헝가리 개정 고등교육법의안 가결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한 대학교 폐지 문제로 시끄럽다. 헝가리 의회에서 지난 4월 4일 의결된 헝가리 고등교육법 개정안 때문이다. 새로운 고등교육법은 찬성 128표, 반대 38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가결되었다. 이번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헝가리에 위치한 외국 교육기관은 자국 본교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교육시설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헝가리 대통령인 아데르 야노시(Ader Janos)는 의회에서 통과된 고등교육법 개정 안에 최종 서명을 했다. 이날 자정까지 헝가리에 지식인들은 부다페스트 대통령 공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자정이 다된 시간에 대통령 궁을 지나는 버스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한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이 법안은 중앙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 이후 CEU)를 사실상 폐교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이튿날부터 부다페스트 도심 곳곳에 중앙유럽대학(CEU)을 지지한다는 문구들이 시내 곳곳에 게재되었으며, 주말마다 시위에는 수만 명이 참석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이미 한 달이 훌쩍 넘은 5월 말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5월 21일 열린 시위에도 시민 수만이 모여 ‘Nem adjuk a jonk(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다)’을 외치며 부다페스트 중심부를 행진하였다.
거리 시위 중인 헝가리 시민들'교육의 자유(Freedom for Education)’를 외치는 시민들
부다페스트 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I Stand with CEU)
자료원: KOTRA 부다페스트 무역관
헝가리 중앙유럽대학(CEU)
헝가리 중앙유럽대학(CEU)은 1989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개방화가 진행된 동유럽의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 아래 설립된 대학이다. 헝가리계 미국 부호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1991년 거액의 기부를 통해 설립한 학교이다.현지에서도 소로스 대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로스는 동유럽 체제전환 이후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해 동 대학을 설립하였다. 동 대학은 동유럽 유일의 미국식 경영대학원 수업 방식으로 운영이 되었으며, 세계대학평가에서도 50위권 안에 들며 높은 수준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헝가리에 관련하여 놀라운 식견을 가진 기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 대학 교수진의 내용을 언급한 경우가 많다. 현재도 전 세계 117개국에서 모인 1500여 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인재로서 양성을 받고 있다. 또한, 전 세계 133개국 출신 1만4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어떤 면에서 중앙유럽대학을 겨냥한 것일까? 헝가리에는 현재 28개의 외국대학이 있는데, 본국에 캠퍼스가 없는 대학은 중앙유럽대학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해외 외신 및 헝가리 지식인들은 이는 노골적인 현 정부의 중앙유럽대학 폐쇄조치라고 언급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 및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논리는 이렇다. 해외에 캠퍼스도 없는 학교에서 헝가리 및 미국 대학 학위를 발급해주는 것은 대학 간의 공정경쟁에 어긋난다. 때문에 헝가리 현지 대학의 경쟁력을 확대를 위해 이러한 조치는 필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정치세력 간의 힘겨루기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인 조지 소로스는 비록 미국 국적이지만 헝가리 민주주의 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쏟으며 지속적으로 지원하였다. 소로스는 재단을 설립하여 우수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시민사회에서는 자금 지원을,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하였다. 이 대학이 바로 중앙유럽 대학인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 빅토르 오르반 총리 역시 젊은 시절 좌파운동가로 활동하며 소로스 재단의 후원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유학을 마친 바 있다. 물론 이후 오르반 총리는 우파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1998년35세의 나이로 헝가리 총리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3선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월 헝가리 여당인 피데츠(Fidesz) 당의 부의장인 스지라즈드 네메드는 소로스가 해외에서 대규모 자본을 헝가리 내로 들여와,정당한 국내 정치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에게 지원을 받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두 폐지되어 정치적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로스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단체들을 세무 조사하여 기부금 및 납세 내역을 전수 시행한 바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문제점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인 피데츠 당은 2014년 회계적 문제를 구실로 이미 헝가리 시민단체를 10여 개를 폐쇄 조치한 전력이 있다. 헝가리 언론들에 따르면 이때도 특별한 회계 비리 등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강한 리더십을 추구하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부터 열성적으로 그를 지지해왔으며,동시에 미국 민주당 후원자인 소로스를 '트럼프의 적은 나의 적'이라고 공개 발언한 바도 있다.
최근 헝가리 야당인 요빅당(Jobbik)은 헝가리 전역의 옥외광고물을 통해 오르반 총리와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자료를 인용한 광고물에는 ‘당신이 일하지만, 이들이 훔쳐간다(You work, They steal)’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당황한 헝가리 정부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세금을 5.3%에서 7.5%로 인상시키는 법안을 5월 5일 자로 급하게 통과시켰다. 또한 이에 대응해 요빅당은 조지소로스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라는 내용의 맞불 광고를 헝가리 전역에 게재했다.헝가리 오르반 총리를 비난하는 요빅당 광고
자료원 : KOTRA 부다페스트 무역관
요빅당 총수인 보트카(Botka)가 소로스(Soros) 조정받고 있다는 정부의 비판 광고
자료원 : KOTRA 부다페스트 무역관
폐쇄법안에 대한 각계 각층의 반응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는 ‘나는 중앙유럽대학을 지지한다(I Stand for CEU)’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나 배지가 상점들이나 학생들의 옷차림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헝가리 시민들은 주말마다 수만 명이 가두시위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2달여가 지난 시점이지만 집회에 모이는 숫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번에는 중앙유럽대학(CEU)지만 다음에는 당신 차례이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까지 가세하여 이번 법안개정으로 헝가리를 유럽국가 중 처음으로 학문의 자유마저 보장되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 의회 의원들과 전 세계 예술계, 학계 인사들도 동시에 공개서한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서도 헝가리 정부에 서한을 보내 최종 입장확인을 요구하였으며, 유럽연합의 자유시장법이나 학문 자유의 기본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시에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유럽연합의 헝가리에 대한 지원금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중앙유럽대학 폐쇄 시, 대학을 자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정작 오르반 총리는 이는 모두 내년도 헝가리 총선을 겨냥한 압력이라고 말하며 이를 일축했다.
헝가리의 민심은 어디로
이번 중앙유럽대학 폐쇄 조치의 배경은 결국 내년도 총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헝가리 총선은 2018년 4월로 예정되어 앞으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여당인 피데츠 당의 선전이 계속 이어질지가 관심이다.앞서 2017년 3월에 개최된 헝가리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존 대통령이었던 여당 측 아데르 야노시(Ader Janos)의 연임이 확정되었다.당시 투표 전에는 야노시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군소 야당의 유례없는 통합 및 단일후보 배출로 2차 투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선거 결과를 떠나 통합야당의 선전 및 2018년도 총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주목을 받았다. 참고로 헝가리는 대통령이 아닌 총리에게 국민의 권한이 위임이 된다.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여러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혐의와 반 EU적 정책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지는 헝가리 경제성장 및 각종 프로파간다에 힘입어 헝가리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내년도 총선도 압승이다. 오르반은 2002년 사회당에 패배하였을 때를 제외하고 1998년부터 3번 총리로 당선되었고 내년에 승리할 경우 4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오르반 정부는 중요한 정책결정 때마다 흔들리고 있다. 2016년 5월에는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대형상점에 대한 일요일 영업정지 법안을 풀었고, EU 난민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에도 유효 투표수 확보에 실패했다. 또한 2024년 부다페스트 하계 올림픽 유치에도 국민 반대로 물러난 바 있다. 반 EU, 친 러시아적 행보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중앙유럽대학 폐쇄 사태는 사실상 조지소로스의 민주주의적 세력에 대한 견제이며, 이는 내년 총선에 대한 사전 포석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까지는 헝가리 제3의 도시인 세게드(Szeged) 시의 라요시 보트카 시장이 내년도 총선의 대항마로 거론되며, 6개 군소 좌파정당의 단일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군소야당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헝가리 국민은 아직까지는 오르반을 대체할 인물이 없고, 지방방송을 비롯한 헝가리 언론 상당수는 정부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헝가리의 미래는
지난 5월 3일 영국 런던을 적을 둔 일본계 노무라 연구소에서는 이번 중앙유럽대학 폐교에 따른 정치적 갈등의 영향이 헝가리 경제로 전이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 오르반 총리 내각은 빅테이터(빅토르+딕테이터(독재))라고 불리며 헝가리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파 피데츠가 아닌 군소 좌파의 단일 후보로의 지지 이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도 총선이다. 결과에 따라 헝가리는 현재의 노선을 이어나가거나, 정반대의 노선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까지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헝가리-러시아를 오가며 매년 정상회담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로 필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헝가리에게 팍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건축 지원, 러시아산 가스 파이프라인 개설 등과 같은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헝가리도 이에 부응해 유럽의 러시아 제재조치에 대한 피로함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난민문제를 시작으로 회원국 간의 입장차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헝가리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EU의 정책적 통일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대표적인 러시아 지지정책을 피는 회원국이다. 내년도 총선 결과에 따라 헝가리는 현재의 행보를 계속하거나 EU 통합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때문에 EU 입장에서 손톱 밑 가시처럼 강한 우파적 입장을 고수하던 헝가리 정부의 향후 향방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내년도 총선은 헝가리의 미래이고, 유럽연합의 새로운 방향이 될 전망이다.반응형'World Wi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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